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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프로세스

소프트웨어 관료화


"공무원 수는 해야 할 일의 경중이나 업무 유무에 관계없이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 "공무원은 서로를 위하여 서로 일을 만들어 낸다", "유능하지 못한 사람은 공무원이 된다."
이는 그 유명한 파킨슨의 법칙입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도 이와 같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주먹구구식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다가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싶은 요구가 생길 때 프로세스팀을 구축하고 개발 프로세스를 정립하다 보면 파킨슨의 법칙에 빠지기 쉽습니다. 

프로세스팀의 구성원들은 진짜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구성되는 경우가 드믑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란 코딩만 잘하는 개발자가 아니고, 구축, 설계, 테스트, 형상관리, 버그 추적, 빌드, 릴리즈, 방법론 등 소프트웨어 관련 여러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비전문가로 구성된 프로세스 팀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내용을 속속들이 잘 모르고 너무 형식에 치우칠 수 있고, 끊임없이 프로세스팀이 할 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프로세스를 점점 복잡하게 만들곤 합니다. 이들은 어떤 것이 정확하게 올바른 방법인지 잘 몰라서 그렇게 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밥줄을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승인 절차를 많이 추가해서 프로세스팀이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자 한다.

프로세스팀은 소프트웨어를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방법들을 연구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 중간에 직접 끼어들어서 간섭하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있어서 여기저기 승인 절차를 잔뜩 집어 넣어 놓는 것도 그리 좋지 않습니다. 승인 절차가 소프트웨어의 무결성을 보장해주진 않습니다. 오히려 관료화된 승인 절차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프트웨어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움직였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개발됩니다. 명시적인 승인 절차가 없더라 승인절차를 거친 것과 같이 모두가 진행상황을 훤히 알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개발되는 방식이 오히려 소프트웨어 무결성에 더 도움이 됩니다. 승인 절차는 형식적인 승인이 되기 쉽지만, 각 단계의 전문가들이 리뷰를 하고 Unit 테스트를 하고 시스템 테스트를 하고 빌드전문가가 확인을 하고 이러한 전 과정을 통해서 문제가 되는 것들은 발견이 되고 개발도 효율적으로 진행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부족한 프로세스 팀은 철저한 승인 절차가 아니면 안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어려울 것 같이 생각되지만, 이는 경험 부족에서 오는 착각이거나 관료화의 조짐입니다.

또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영자들은 이들이 주장하는 프로세스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상당부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 어렵습니다.

진짜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프로세스팀을 만들 것이 아니면 내부에서 진행하는 여러 개선 시도들이 시간 낭비인 경우 많고, 시행착오 없이 6개월이면 갖출 수 있는 경쟁력을 먼 거리를 돌아서 수년이 걸리거나 영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프로세스팀을 갖추려면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구성을 하거나 내부에 전문가가 없다면 외부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 내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잘 하는 개발자가 소프트웨어 전문가라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공을 잘 차는 축구 선수일 뿐입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꿈꾸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세상]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