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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이야기

개발자의 야근은 공짜?



소프트웨어 회사의 일들은 대부분 사람, 특히 개발자에 의존하는 일이 많습니다.
따라서 인건비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정비입니다.
그런데 일단 뽑아 놓은 직원들의 야근은 공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개발자들에게 "야근 수당"이나 "시간 외 근무 수당"은 딴나라 얘기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개발자들이 야근을 하면 안된다", "시간 외 근무 수당을 받아야 한다"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개발자들은 동기부여만 되면 얼마든지 밤을 세가며 일하고 이는 금액으로 따지기 어렵습니다.

오늘 할 얘기는 경영자들의 절약 정신이 소프트웨어 개발팀의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얘기입니다. 
절대적인 잣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자들의 여분의 노동력을 공짜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합리적인 투자가 있어야 개발팀의 최대 능률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야근

개발자들이 야근을 많이 할수록 많은 시간 일을 할 수 있으니 똑같은 월급을 주고 훨씬 효율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외부 요인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야근의 효율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특히 장기적이고 일상화된 야간 압력은 개발자의 사기 및 충성도를 떨어뜨리며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개발자들의 발전을 저해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생을 가로막고 개발팀의 효율을 떨어뜨립니다. 
단기적으로 야근의 압박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화 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단, 자발적이고 능동적이고 자유롭고 적절한 야근은 오히려 도움이 되죠

 조용한 사무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작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개발자와 다른 부서 직원들을 몰아 넣고 서로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일을 하기를 바랄 겁니다. 일단 이렇게 하면 임대료가 적게 나가고 영업의 이슈가 즉각적으로 개발팀에 전달이 잘 될 것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북적이고 시끄러운 환경에서 개발자는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는 밤시간을 선택해서 개발을 하곤 합니다. 
영업사원들의 시끄러운 전화를 옆에서 엿들어야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적절한 시스템과 프로세스와 문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개발자에게는 최대한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이 필요합니다.
공간이 조금 더 들어가고 임대료가 조금 더 나가더라도 개발자에게 조용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벽을 세우거나 사무실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개발자들을 따로 띄어 놓으면 딴짓 할까봐 걱정이 된다구요. 그러면 처음부터 잘못 뽑았네요. 

 널찍한 모니터와 빠른 시스템

개발자들에게 끊임 없이 좋은 시스템으로 교체해주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 인색한 회사는 좋은 시스템이 개발 효율성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작은 모니터는 동시에 여러 화면을 보지 못하며 디버깅도 불편하여 조금씩 작업 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특히 빌드를 밥 먹듯이 하는 개발자들은 빌드 시간을 10~20% 줄이는 것만으로도 전체적으로 꽤 많은 시간을 절약해 줍니다. 이런데 투자를 하는 것보다 개발자들이 하루에 몇십분씩 더 일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영자들도 있습니다. 개발자들의 여분의 시간은 공짜가 아닙니다.

 허리를 보호해 주는 의자

안타까운 얘기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10년 정도 종사하면 허리 디스크에 시달리는 것은 예사가 되었습니다.
비싸지만 좋은 의자들은 개발자들이 더 오랜 시간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일할 수 있게 만듭니다.
직접적으로 개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투자이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가장 싼 의자 구매만 승인이 납니다. 그래서 여러 개발자들은 자신의 돈을 들여서 좋은 의자를 구입하곤 합니다. 이런 투자는 회사의 몫입니다.

 아침식사와 간식

최근에 컨설팅을 했던 회사는 매일 아침 직원들에게 신선한 식빵을 매일 제공하더군요. 오전시간에 속이 비어 있으면 두뇌 회전이 느려지고, 점심시간을 기다리느라고 일에 집중이 잘 안됩니다. 
비용은 얼마 안되는 투자이지만, 투자대비 효과가 높은 것 중 하나입니다. 

 테스트 조직

개발자와는 별도로 테스터 조직을 만드는 것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회사가 의뢰로 많습니다. 테스트의 비중을 별로 높게 생각하지 않고 개발자들이야 말로 자신들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잘 테스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개발을 하면 평생 구멍가게를 면치 못합니다.
테스트의 비중은 생각보다 큽니다. 테스트 팀을 활용하지 않고 개발자들에게 테스트를 맡기는 것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개발자들을 낭비하는 것이며 실제로 개발자들은 테스트를 잘하지 못합니다. 또한 이는 테스트의 전문성도 무시하는 겁니다. 
회사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적절한 인원의 테스트팀을 유지하는 것이 비용이 더 적게 들면서도 제품의 품질을 잘 유지할 수 있는 길입니다.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사소한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 더 큰 대가를 치를 경우가 많습니다. 어디에는 투자를 해야 하고 무엇을 아껴야 하는지 적절히 판단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꿈꾸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세상]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Image by jasmi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