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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문화

주먹구구를 더 좋아 하는 이유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모두들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많은 사람들이 착하게 살지 않고,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을 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다 있다.

착하게 살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하다보니 특별한 목적보다도 그 자체가 좋아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이 된다.

소프트웨어 회사도 주먹구구식으로 개발하면 안되고 체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을 이론적으로는 알아도 그 구성원들은 막상 체계적으로 변화를 하려고 하면 완전히 적응되기 전까지는 크고 작은 거부감과 저항이 있게 된다.

그래서 주먹구구로 회기하려는 힘이 강하게 작용하게 된다.

많은 회사들은 자신의 회사는 주먹구구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Black and White로 구분할 수는 없지만 나의 경험에 의하면 우리 나라 소프트웨어 회사의 90% 이상이 주먹구구에 가깝게 개발을 하고 있고 나머지의 대부분은 체계적인 개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너무 과해서 더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회사에 알맞는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정말 극소수의 몇개의 회사들이 효율성 높은 체계를 가지고 있고 문화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서는 주먹구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장애 요인은 무엇이 있나 알아보자. 시간이 흐르고 자리를 잡으면 별거 아닌 것들이지만 변화에 대한 거부감들은 의외로 매우 강한 경우가 많다.

주먹구구로 계속 개발을 하다보면 초창기에는 특공대처럼 놀랄만큼 좋은 성과를 내지만 인원이 많아지고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지면서 프로젝트는 점점 늦어지고 문서는 여전히 거의 없고 정보는 공유가 안되고 회사가 도대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잘 파악이 안된다. 제품이 버그는 점점 많아지면서 고객의 신뢰를 점점 잃어가는 위기를 겪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소프트웨어 회사가 체계를 제대로 갖춰가면
개발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문서를 만들고 
조직을 전문화하고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유 등 개발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애쓴다.

단어적으로 보면 아무도 거부할 것이 없지만 실제로 많은 저항에 부딛히게 된다.
제대로 정착하면 장점으로 가득차 있지만 오로지 단기적인 시각으로 단점만 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개발자

개별 개발자들이 과거에는 파워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많이 줄어들게 된다.
과거에는 제품, 기술에 관련된 것들은 모두 개발자에게 물어 봐야 하고 개발자의 은총을 받아야만 일들이 진행이 되었다.
심지어는 프로젝트가 언제 끝나는지도 아무도 모르지만 개발자가 열심히 해서 끝내주기만 기다리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문서화를 통해서 제품의 스펙도 이미 다 공유가 되어 있고 개발자에게 물어볼 일들이 점점 줄어 들게 되었다. 개발자들은 이렇게 할 수 있도록 스펙(SRS)을 작성하는 일이 짜증나는 일이 됬다.
나중에 마음에 내키는 대로 개발도 할 수 없게 된다.
과거에는 개발자에게 요청할 것이 있으면 직접 와서 부탁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시스템에 모두 등록이 되어서 개발자들이 이슈 처리를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소스코드를 수정한 것도 한줄한줄 완전히 투명하게 공개가 된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일정이 너무 상세하게 관리되어서 압박이 심하다.
개발자가 한두명이 퇴사를 해도 회사는 잘 굴러갈 것 같은 체계로 가고 있는 것들이 개발자는 불안해지고 파워를 점점 잃는 것을 거부하게 된다.

 영업

과거에는 프로젝트를 할 때 별로 할 일이 없었다. 
개발자들이 SW를 만들어 주면 알아서 팔기만 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스펙이라고 작성해와서 몇백페이지나 되는 문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사인을 하라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책임 지라고 한다.
개발이 힘들고 돌아다니는 것이 좋아서 영업을 하는데 공부는 개발자만큼 해야 하나보다.
고객의 요청도 개발자에게 가서 무조건 우기면 제품에 반영해주고 했는데 이슈관리시스템에 자세히 적어야 하고 내용이 만천하에 드러나므로 무조건 우길 수도 없게 되었다. 

 경영진

옛날에는 내용을 파악하려면 담당자에게 와서 보고하라고 하면 되는데 이제는 시스템에서 확인해야 한다. 이게 더 좋다고 하지만 나는 영 불편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무조건 야근과 주말작업을 강요했는데 체계화 되면서 그러기 어려운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다.

 마케팅

옛날에는 제품 기능 목록 주욱 적어주면 개발자가 개발하고 이렇게 간단했는데 제품 기획을 제대로 하느라고 힘들다. 모든 내용이 문서화되고 시스템에 남기 때문에 나중에 딴 소리를 할 수 없다. 

 결론

물론 모든 구성원이 이런 저항감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변화의 필요성을 잘 알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끄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런 구성원이 많다면 회사는 계속 번창해 나갈 것이다. 회사의 분위기와 상황에 따라서 매우 다르다.

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이런 이유들 때문에 많은 저항에 부딪혀서 적당한 정치적인 타협으로 기형적인 구조가 되어서 망하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러한 저항은 특이한 현상도 아니고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러한 조직 구성원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에 가깝다. 따라서 이를 비난할 수는 없고 이들을 계속 이끄는 것은 회사의 책입니다.

이 고비를 넘어가면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고 과거에는 어떻게 그렇게 일했는지 모르겠다고 회상하는 때가 온다. 그 중에서도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가장 큰 혜택의 개발자의 몸값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나는 주먹구구 식으로 밖에 개발을 하지 못하는 개발자에게는 20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도 연봉 5천도 아깝다. 하지만 체계적인 개발이 몸에 베어서 스펙도 잘 쓰고 설계도 잘하며 공유, 리뷰 문화에 익숙한 개발자는 연봉 1~2억도 아깝지 않다.

체계적으로 바꿔갈려면 감당할 만큼씩 단계적으로 변화를 해야 한다. 보통의 중소기업이 이렇게 단계적으로 변화를 하려면 2~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대기업은 훨씬 더 오래 걸린다. 
또한 그 과정에서 뻔히 보이는 저항에는 굴복하지 말고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의 통찰력과 의지이다. 그래서 최고경영자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꿈꾸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세상]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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